"왜 요즘 브랜드는 이렇게 수다스러울까?"
예전엔 광고가 간결했습니다. "맛있습니다", "세탁이 잘됩니다", "30% 할인 중입니다" 같은 짧고 강한 메시지가 전부였죠. 하지만 요즘 브랜드의 말투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출시 배경, 개발자의 취향, 원산지 이야기,
포장에 쓰인 잉크 종류까지—심지어 “굳이 몰라도 되는 정보(TMI)”들이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말이 많아진 이유는 단 하나,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MZ세대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이 제품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이 브랜드가 나랑
결이 맞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제품의 ‘맥락’을 더 많이 말하고, 브랜드는 '인격'처럼 말하게 되었죠. 우리는 지금, TMI 마케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 MZ세대는 왜 그렇게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할까?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정보의 홍수 속에 자랐습니다.
이들은 “정보를 소비하는 능력” 자체가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린 세대입니다. 즉,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배경’, ‘철학’, ‘스토리’를 함께 평가하는 소비 습관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커피라도 ‘공정무역 커피’인지, 어떤 지역의 농부들이 수확했는지, 포장재가 친환경인지 등을 따집니다.
브랜드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런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해 “어떤 회사인가요?”보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를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바로 ‘TMI 마케팅’입니다.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MZ세대는 **“더 많은 정보를 주는 브랜드”보다 “더 흥미롭게 정보를 말하는 브랜드”**를
선택합니다. 그들의 소비는 ‘의미’를 구매하는 행위이며, 브랜드의 성격이 자신과 닮았을 때 지갑을 엽니다.
2. “TMI가 곧 브랜딩이다”: 과잉정보로 감성에 침투하는 전략
기존 마케팅은 정보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핵심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줄이라’는 말이 교과서처럼 통했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MZ세대는 ‘왜 이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지’까지 듣고 싶어 하고,
오히려 그런 이야기가 없다면 브랜드를 무성의하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브랜드의 TMI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두유 브랜드는 "우리는 포장지에 콩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일러스트레이터를 섭외했는지"까지 소개합니다. 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는 “어떤 연구원이 개발했고,
그 사람은 어떤 피부 타입이며, 사무실 책상 위에 어떤 화분을 키우는지”까지 콘텐츠로 만들기도 하죠.
이처럼 정보가 과할 정도로 많지만, MZ세대는 거기서 **"진심", "인간성", "브랜드의 맥락"**을 발견합니다.
단순히 제품을 팔지 않고,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끼게 만드는 전략인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엔 **‘관계 중심의 소비’**라는 심리도 작용합니다. MZ세대는 브랜드와 감정적 유대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자신을 많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때의 TMI는 과잉이 아니라, 관계 형성을 위한 정보인 셈입니다.
3. 과잉정보의 역효과: 피로감과 신뢰 추락의 경계선
하지만 TMI 마케팅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나친 정보는 때로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하거나,
브랜드 이미지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진정성’ 없이 전략적으로만 보이는 TMI는 거부감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탄소 배출이 높은 포장을 사용하는 브랜드, 혹은 개발자의 ‘진심 어린 고생담’을 내세우지만 제품의 품질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브랜드가 자신을
‘감성으로 속이려 한다’고 느끼게 되며, TMI는 브랜딩 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신뢰 하락 요소가 됩니다.
또한 TMI 마케팅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의혹을 항상 동반합니다. 과도한 콘텐츠는 진실과 포장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짜 스토리텔링이 드러났을 경우 브랜드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따라서 TMI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정보의 양보다 ‘진정성’과 ‘맥락의 일관성’**이 필수입니다.
정보를 많이 주는 것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말투로’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TMI 마케팅’은 트렌드가 아닌,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언어입니다
MZ세대의 소비는 더 이상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브랜드가 가진 생각, 말투, 세계관까지 함께 소비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말하느냐보다, 어떤 목소리로,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TMI 마케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신뢰와 관계를 전제로 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이제 브랜드는 짧고
강한 메시지가 아닌, ‘길고도 솔직한 서사’를 필요로 합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사람들은 가장 투명하고 솔직한 브랜드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TMI가 진심을 담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Too Much’가 아니라, True Much Information이 됩니다.